
24년 말, 25년 1월 정산
요즘 여러 복잡한 일들이 삶의 한가운데로 몰아치는 가운데
지난 일을 정리하며 인생의 기강(?!)을 잡을 필요성을 느끼는 고로
작년 말과 1월 회고(벌써 2월 5일이지만..) 해볼까 한다.
사이드 팀프로젝트
회사를 그만두고 마지막으로 출근한 날 저녁, 친구의 제안으로 바로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미 푸딩캠프 라는 프로그램 안에서 기획에 따라 각 팀이 나뉘어졌고, 여기서 디자인 및 기획이 완료된 팀 프로젝트의 진행 도중에 투입된 것이다. 처음엔 이미 진행된 팀 히스토리를 따라잡느라 바빴고, 매일 저녁마다 스크럼을 진행해야했기 때문에 초반에는 꽤나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개발 기간에 돌입하던 시점부터 같이 개발을 해야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분들이 취업을 하거나 어느날 갑자기 잠수.. 를 타게 되면서 결국 나 혼자 1차 프로젝트의 프론트엔드 개발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사실 그 즈음엔 쉬고 싶은 마음으로 퇴사를 결심하였음에도 생각치도 못한 상황으로 혼자 열 몇시간씩 개발을 하게 되면서 후회도 좀 했던 것 같다. ^^; 암튼 어찌저찌해서 결국 1차 프로젝트를 오픈했다.
한주간 숨 돌리기가 무섭게 2차 프로젝트의 팀원들을 뽑고, 몇주간 팀 리더를 맡아 주도적으로 팀 빌딩을 하고 매일 스크럼을 하고, 미팅을 하루에 두세번씩 하고..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해낸건지 이상한 의구심이 들 정도로 몰입해서 해냈다. 다행히 그즈음 팀에서 새로 만난 동료들이 정말 성실하고 열정도 많은 친구들이라 큰 문제없이 12월 초까지 서로 으쌰으쌰 해주었기에 끝까지 1명의 중도 포기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배포 한달 전쯤엔 밥 먹고 잠자는 시간(거의 못잠..)을 빼고 20시간씩 코딩도 함.. 물론 아쉬웠던 지점도 많다. 혼자 개발할 땐 한시가 바쁘다 싶어, 트러블 슈팅에 대한 기록과 회고 등을 놓쳤는데.. 2차 프로젝트에선 막판쯤 다들 개인적인 일로 바빠진 동료들이 많아 이전보다는 몰입도가 떨어지면서 여러가지로 놓친 점이 많다. 후반부에 계획했던 리팩토링과 성능 최적화도 흐지브지 되었고.. 이전에 성능을 고려하지 않고 짠 코드 때문에 문제가 생긴 적도 있었기에,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래도.. 참 재밌었다. 오래만에 개발 참 재밌다 라고 느낀 순간들도 많았고.. 결과적으로는 만족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두달 넘게 함께 디스코드에서 동고동락(?)한 동료들이 진짜 동료, 친구가 된 느낌이라 좋다. 머리 싸매서 함께 고민하며 토론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며 밤샜던 기억이 좋은 경험으로 남게된 것이다.
배포된 2차 프로젝트의 결과물.. 너무나 뿌듯하다!
두번의 해외 여행
작년 11월쯤 ㅈㅇ 언니와 후쿠오카로 4박 5일 여행을 하게됐다. 해외여행은 약 10년 만이었는데.. 10년 짜리 여권의 기한이 6개월쯤 남았던 터라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약간 현타.. 가 오기도 했다. 몇년 전 코로나 시기가 도래했던 탓이기도 했고, 그 기간쯤 디자이너에서 개발자로 전향하기 위해 공부하고, 취업 이후엔 정신없이 업무에 적응하느라 바쁘게 지냈던 건 사실이지만 여행은 꿈도 못꿀 정도였다는 게.. 10년짜리 여권의 기한으로 새삼스레 체감이 되었던 것이다. 아무튼 언니와 여행을 다녀오고 개인적으로 깨달은 바가 많았다. 첫번째는 해외 여행 한번 가보지 못했을 정도로 그간 나의 삶이 꽤나 단조로웠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언제든 하면 된다고 조금씩 미뤄오던 것들은 사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나는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을 정말 많이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겁이 많다는 건 고작 몇년 전 깨달은 사실인데, 겨우 2시간 거리의 이웃 나라로 여행을 갈 뿐이면서 며칠 전부터 여권을 잃어버린다거나 비행기 시간을 놓쳤다거나 길을 잃는 등의.. 악몽을 꾸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사실이 더욱 명백해졌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가보니, 나는 지레짐작으로 두려워했던 상황은 전혀 없었고, 예상과 다른 일이 벌어져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 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내가 그동안 왜 해외여행을 혼자 다녀보지 않았는지에 대해 후회가 몰려왔다. 워킹 홀리데이에 가지 못했던 것도 앞서 설명한 두려움 때문인데..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번 쯤 도전해봤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계속 남았다. 둘이 여행은 가봤으니, 이제 혼자 여행을 가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12월 말쯤 팀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서 사실 본격적인 백수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와중 이때가 아니면 갈 수 없다는 이상한 확신이 들기 시작하면서 혼자 여행을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근데 일단 돈도 없고.. (당연함.. 백수 4개월차임..) 지금 취업 준비를 해야되는게 맞나 고민만 하다가.. 어느 날 새벽에 뜬 최저가 나고야행 비행기표를 보게 되면서 충동적으로; 결제를 해버린 것이다.. (사실 맨날 일본행 비행기 최저가 검색해보고 있었다네;) 암튼 그렇게 혼자 여행을 가게 됐다.



4박 5일로 예정을 잡고 비행기와 숙소를 그 기한에 맞춰서 예매했는데, 막상 가보니 혼자 다니는 여행이 퍽 만족스럽고 하루하루가 아쉬워서 결국 5박을 더 있게됐다. 여행하는 내내 매일 아침마다 킷사텐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가져간 책을 읽었다. 저녁엔 매일 동네의 이자카야에서 현지 사람들과 영어와 약간의 일본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나눴다. (10일 있는 동안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은데.. 여기에 다 적기엔 끝도 없어질 것 같아 생략한다..) 아무튼 4박 5일 이후엔 딱히 정해놓은 일정이 없었지만 혼자서 척척 미술관이며 박물관, 수족관 등을 쏘다녔고 나고야 근교에 있는 시라카와고에도 고속버스를 타고 훌쩍 다녀왔다



가기 직전까진 혼자 잘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잠도 못이뤘는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 혼자서 더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용기를 내 한발자국 나아가면, 나의 세계가 이렇게나 넓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몇년 뒤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큰 목표도 생겼던 시기다.
영어 공부
회사를 나가지 않던 9월 중순부터 영어를 다시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면서, 너무 어렵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꾸준하게 진행할 수 있는게 뭘까 생각하던 중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해줬던 스픽과 말해보카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둘다 무료 체험판이 있어서 한달간 진행해봤는데, 결과적으로는 말해보카만 진행하고 있다. 스픽은 조금 더 본격적이고 매일 들여야하는 시간이 말해보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왠지 부담스러워져서 지속하기엔 무리가 있다 판단되어 무료 체험 후 해지했다. 지금은 말해보카, 듀오링고 를 하고 있는데 각자의 레벨이나 생활습관, 학습 성향 등에 따라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라 무조건적인 추천은 못할 것 같다. 다만, 나처럼 오랫동안 영어를 손에서 놓은 사람이나, 매일 영어 공부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큰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간단한 어휘를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4-5개월 간 어휘공부, 단어 공부를 했으니 조금 더 해보자 싶은 생각이 있어서 3월부터는 오프라인 영어 스터디 모임에도 나간다. 영어가 얼마나 늘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생각만 해오던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는 것에 성취감이 있기 때문에 계속 해볼 생각이다.

꽤나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건강 보고

9월부터 11월까지는 주 3회 이상 수영을 했다.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그만뒀지만.. 날이 좀 풀리기 시작하면 다시 해볼 요량이다. 항상 초보반만 머물러있었는데, (자유형이 왜이리 어렵죠..?) 다시 시작한다면 중급반까지 올라가보고 싶다. 수영을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정말 별개인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은 다 아는 일이겠지만 개발을 시작하면서부터 약 20kg 이상 쪘는데, 한해 한해를 넘길수록 체중을 감당하지 못한 무릎이 슬슬 아파져오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체중 감량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도 쉬겠다 스위치온.. 어쩌구를 시도했는데 결론적으로 한달 안에 8kg정도를 감량했으나 후쿠오카-나고야에 다녀오면서 다시 +3kg가 됨.. 아무튼 다시 감량을 해야겠다.. 너무 하기 싫은 on... 맨날 하고 싶은 off.. 그러나 on 해야 한다..
새로이 공부한 것

three.js를 공부해야겠다 생각한지 꽤 된거 같은데, 결국 퇴사하고 나서야 공부할 결심히 섰다. 어떤 것부터 공부해야할까 고민하던 차에, React 환경에서 Three.js를 구현해볼 수 있는 강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인프런에서 찾아낸 [React Three fiber로 배우는 인터렉티브 3D 웹개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처음엔 Three.js로 3D 입체를 구현해낸다는 것에 감격해서 매일 강의를 세네개씩 몰아들었다. 팀플이 바빠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중간에 세달 정도 쉬었고 여유가 생긴 최근에서야 다시 듣고 있는데 이럴수가 여전히 재밌다. 4-5년전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구글 인터렉티브 개발자 종민님을 보면서 개발자의 꿈을 키웠었는데, 요 몇달 Three.js를 구현해보면서 그때 그 초심으로 돌아가게 된 것만 같았다.

아 내가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게 이런 이유 때문이었구나 싶기도 했다. 슬슬 강의가 끝나가는데, 조만간 다른 Three.js 강의도 들어보고 싶다. 회사에 다니면서 구현에만 급급하여 관성적으로 코드를 짜고 개발을 하게 되면서 개발에 약간의 흥미를 잃은 것도 같았는데, 정말 오랜만에 듣고 싶은 수업을 수강한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최근엔 p5.js 와 컴퓨터 아트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뭔가를 새로이 배우고 싶다는 마음은 되게 오랜만이라 기분 좋다. 개발자로서.. 뭔가 더 해볼 게 있을 것도 같다.
24년 9월을 기준으로 기억나는 순서대로 더 적어보자면
9월 : 퇴사. 팀플 합류, 보고싶던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수영을 주 4회 이상 갔다.
10월 : 본격적인 백수 시작. 혼자 프론트엔드 개발하고 배포함. 잠을 잘 못잤다.
11월 : 언니랑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옴. 새로운 팀 멤버들과 프로젝트 시작.
12월 : 2차 프로젝트 배포. 스위치 on 어쩌구 함. 팀 멤버들과 자주 만났다. 이력서를 다시 썼고, 지원도 시작했다.
1월 : 나고야 혼 여행. 개인적인 일로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잦았다.
돌아보며
지난 몇 개월을 돌아보니, 숨돌릴 틈 없이 잘 쉬었고 잘 놀았던 것 같다. 10년 만에 해외여행도 다녀왔고, 용기가 없어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혼자서 해외여행도 꽤나 무탈하게 잘 다녀왔다. 개발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한번의 쉼 없이 달려왔는데, 확실한 재충전이 되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간 부정하고 있었으나, 어쨌든 몇년 전부터 번아웃이 왔었던 것 같은데 이걸 오롯이 감당할 자신이 없어 오랜기간 회피해왔더니 결국 큰 후폭풍(퇴사..)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큰 교훈도 얻었다.. ^^ 아무튼 쉬는 와중에도 팀플이며 하고 싶던 공부를 완전히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해왔던 것도 뿌듯한 지점이다. 12월 중순부터 이력서를 다시 쓰기 시작하고, 여전한 두려움(다시 회사원 되기..) 때문에 몇 번의 고배를 마신 후 1월이 되자마자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로 인하여 몇주 간은 산송장처럼 살았던 것 같다. 그때 내가 그 터널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주변 친구들에게 나의 상황을 알렸던 덕이 크다. 많은 일이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때에는 타인에게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음을 고백하는게 심리적으로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이제야 정신이 들어, 회고도 써보자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슬슬 취업을 해야할 것 같은데.. 새로운 환경에 앞서 언제나 두려움부터 갖는 나로써는 어쨌든.. 무엇이든지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저지른 잘못들이 저기 미래로 가서 자욱하다'는 말을 언제나 되뇌이며 살았는데, 이제는 다시 고쳐쓸 수 있을 것만도 같다. '내가 선택한 용기들이 저기 미래로 가서 자욱하다' 내가 선택한 용기가 결국에는 길을 만들 것이다. 용기를 내야지.